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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_01_동두천에서 트빌리시까지Life in Georgia/Life in Tbilisi_트빌리시 생활 2019. 12. 8. 15:14
191203_1일차
04:50.
동두천버스터미널에 공항버스를 타러 왔다. 공항버스가 하루에 4대 밖에 없어서 11:45 출발 비행기인데 매우 일찍 출발하는걸 타기로 했다. 환전 업무도 해야하니 일찍 가서 할일 보고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을 까먹고 안가져와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하나 뽑아서 텀블러에 담았다. 며칠전부터 목감기가 와서 기침에 가래에 몸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액션캠으로 일정을 기록해보고 있다.
05:03.
버스가 약간 늦게 도착했다. 지금은 타고 가는 중. 지난번 이란 갔던 것이 17년 4월이니까 2년반만인 것 같다. 그때도 그렇고 거의 항상 이렇게 출국을 앞두고 공항에 가는 길에는 감기에 걸렸었다. 지금은 여느때보다 좀 더 심하긴 하지만 나아지는 중이다. 나타나는 패턴에는 이유가 있다. 여행을 마음먹는 이유가 현재 상황이 힘에 부치기 때문이고; 여행 날짜를 잡아두면 그 전까지는 한계치 이상 일을 하고; 무리하다가 몸 상태가 나빠지고; 일이 마무리 될 즈음 긴장도 풀리고 약해진 면역에 감기가 오는 것이다.
기록의 원칙을 세워야겠다.
실시간 메모와 기록은 지금처럼 에버노트로 이 파일에 적는다. 날짜 기준 내림차순으로 최근 날짜가 위로 오도록 적되 시간상은 오름차순으로 한다. 시간은 "00:00." 형식으로 적는다. 일간 기록 사이는 줄을 띄운다. 나머지는 자율로 하고 하루의 마무리는 종이 노트에 손으로 간단히 일과에 대한 자평을 한다. 영상 기록으로 남겨보는 것도 시도해봐야겠다.
이렇게 나를 현시점에서 관찰하며 기록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평소에 우수수 놓치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버스취침.
06:50.
인천공항 도착. 미리 신청해둔 700유로를 찾고 체크인 줄에 서있다. 얼른 마치고 물 사먹어야지.
08:33.
아까 밥먹고 짐을 먼저 부치고 싶었는데 수속 창구가 아직 열려면 멀은 것 같아서 아래층 스벅으로 내려왔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조지아어 영상 찾아보는 중. 간단한 단어들 말고는 단어들이 너무 생소하다. 언어구조는 대략 다른 인도유럽어랑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어휘들이 유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문자도 진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분하기 어렵다(배워보면 또 다를지도 모르겠는데 저거를 수기로 쓰면 절대 못알아볼 것 같다.
<필수 조지아어>
hello: gamardschoba;
bye: nachvamdis;
excuse me: bodischi;
sorry: ukatsravat;
yes: diakh;
no: ara;
ok: kargi;
hurry: chikhara; (이거는 <어느 독재자>영화를 보고 배웠다. 도망가는 영화라 엄청 많이 나옴)
thanks: madloba/gmadlob;
you're welcome: araphers;
my name is...: me mqvia...;
i don't understand: me ar mesmis;
09:05.
앉아서 영상 보고 있는 것도 피곤하다. 최우선 과제는 몸 상태 회복인 것 같다.
슬슬 일어나서 짐 부치러 가야겠다.
09:50.
위탁수하물 맡김. 아까부터 열려있던거 같은데 창구 위치를 착각해서 괜히 늦게 갔다. 복도측 좌석이 없어서 가운데 끼어가게 될듯.
11:21.
비행기 탐. 승객 대부분 러시아어 화자인 것 같다. 옆에 앉게 된 분이 가운데로 가시고 복도측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스바시바. 아스타나 가는 동안에는 푹 자둬야지.
12:11.
출발이 지연돼서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두천에는 눈이 온다고 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뭔가? 비행기에서 존윅 보면서 이런 물음이 생겼다.
-여행에서 '나'라는 존재는 숨는다. 그것으로부터 얻는 위안과 성장의 저지가 존재한다.
--성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일이 쉬워지면 의심해보자.
한국 기준 19:00.
한국시간으로 12시쯤 출발했으니 일곱시간 쯤 되는 비행이었다. 상공 1만미터에서 영하 67도까지 떨어진다. 지구는 아직 추운 것 같다. 지금은 2천미터에 영하4도쯤. 지면은 좀 덜 추울 것 같다.
한국기준 19:25.
비행기 내림. 밖에는 눈이 온통 쌓여있다.
17:11. 현지시간.
국제선 환승구역 매점에서 만두 두개랑 아이스티 사먹음. 1700KZT. 한국돈으로 6천원쯤으로 아주 비싸다. 그래도 자리 넓고 의자 편하고 아늑함. 공항와이파이는 느릿느릿하다. 해가 지는 중이고 노곤노곤하다. 한국과 교신 중.
만트 두개와 아이스티. 오른쪽에 하얀 소스는 스메따나라고 러시아에 몇 년 째 살고 있는 친구가 알려줬다. 마요네즈 비슷한데 좀 더 시큼한 맛. 18:26.
게이트 앞에서 탑승 기다리는 중. 아스타나 누르술탄 공항은 단순하고 아담한 규모지만 깔끔하다. 해가 지니까 좀 어둑어둑하긴 한데 너무 밝으면 오히려 피곤하니까 이것도 괜찮다.
18:48.
좌석에 앉음. 횡 4열로 아주 작은 비행기다. 옆에 러시아 아저씨가 앉으셨다. 키릴문자로 쓰인 책을 들고 계시니 일단 러시아로 생각. 이거 트빌리시 가는거 맞냐고 물어보셨다. 방송이 중국어로 나와서 살짝 당황하신듯. 차이나 니옛 해드렸다. 배고프다.
19:02.
러시아 애기들이 뛰어다닌다. 비행기가 좁다.
21:00. 카자흐스탄 기준.
한국은 지금 자정이다. 그 말은 내가 깨어있은지 21시간이 되었다는 거다. 몸이 장거리 여행을 겪은 상태가 되고 있다. 커피도 여러잔 마셨고 차도 여러잔 마셔서 카페인 과다에 감기와 비행으로 인한 수분부족을 겪고 있다. 기침도 잦아지고 있다. 하루에 중장거리 비행을 두번 하니까 이젠 좀 지겨운게 느껴진다. 그래도 책도 보고 이렇게 기록도 하고 할게 있으니 나쁘진 않다. 가벼운 읽을 거리로 소설 <마션>을 가져왔다. 좋아하는 영화의 원작소설이기도 하고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가 일지를 적어가며 생존해나가는 이야기가 이번 내 여정과 병렬대치하며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이미 영화도 여러번 보고 소설도 다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괜찮다.
20:36. 조지아 기준.
거의 다 온 것 같다. 러시아 애기들이 너무 시끄럽고 뛰어다닌다. 어른들도 시끄럽다. 건조해서 코는 아프고 잠은 못잤다. 얼른 내리고 싶다.
20:54.
착륙함. 러시아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한국시간은 새벽 두시.
21:31.
공항의 택시 삐끼들을 물리치고 환전도 하고 심카드도 샀다. 환전은 1유로에 3.300라리로 50유로 환전 150라리랑 동전 조금 받았다. 총 151.3라리를 받음. 써있는 것보다 약간 많이 덜주는 느낌인데 얼추 맞으니까 대충 했다 목적지인 사부탈로까지 택시비를 물어봤는데 무슨 40라리를 달라고 했다. 무조건 버스지 그럼. 37번 버스에 타서 앉아있다. 재작년에 샀던 교통카드에 3라리나 들어있다. 충전안하고 바로 씀.
23:20.
에어비앤비 집주인 Gocha 할아버지와 만나서 방에 짐 풀음. 건물은 찾았는데 입구를 못찾아서 헤매다가 옆 건물 경비아저씨들 모여있는 부스에 가서 물어보니 친절하게 Goch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셨다. 친절했지만 나한테 칭챙총이라고 함. 비웃지 않는 칭챙총은 또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는구나. 사실 이 문장을 적고 있는 시점은 00시25분이다. 요 앞에 있는 24시 슈퍼에서 도시락 컵라면이랑 아침마다 먹을 오트밀이랑 우유 계란 올리브유 이런거를 조금 사왔다. 도시락 컵라면으로 주린 배를 좀 달랬으니 이제 씻고 자야겠다. 카메라 시간대 조정도 완료! 오늘 하루 고생했다. 진짜 말그대로 긴 하루였다.
*유튜브 브이로그 채널을 시작했다. 오늘 내용은 아래 두 영상에 나옴.*키릴문자가 써 있는 도시락 컵라면! 오랜만~ 'Life in Georgia > Life in Tbilisi_트빌리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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